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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PLAN 75

by Botonger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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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영화 PLAN 75는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합니다. 초고령화 사회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75세 이상의 노인이 자발적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랜 75’라는 정책을 도입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노인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복지 정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고령층을 부담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제도입니다. 영화는 이 정책을 둘러싼 세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미치(바이쇼 치에코 분)는 70대 후반의 독거노인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호텔에서 일했지만, 고령을 이유로 해고당한 후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오랜 친구들과의 관계도 점차 끊어지고, 결국 플랜 75에 가입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녀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거의 없으며, 정부의 제도가 어쩌면 마지막 ‘안락한’ 탈출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공무원 히로무(이소무라 하야토 분)는 플랜 75를 집행하는 담당자로, 노인들의 신청을 접수하고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일을 합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죄책감 없이 업무를 수행하지만, 삼촌이 플랜 75를 신청하면서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됩니다. 제도가 정말로 노인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그들을 버리는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주요 인물 마리아(스테파니 아리안느 분)는 필리핀 출신의 이주 노동자로, 플랜 75를 통해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 일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 제도의 비인간적인 측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미치와의 만남을 통해 플랜 75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가 노인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이 세 인물의 시선을 통해 플랜 75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합니다. 노인들은 정책을 강요받지 않는 듯하지만, 경제적·사회적 압박 속에서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부는 노인들에게 ‘존엄사’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한 시스템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결말로 갈수록 플랜 75는 점점 더 일상화되고, 정책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며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남깁니다.

등장인물

미치 (츠노타니 미치): 75세를 넘긴 여성으로, 플랜 75에 가입할지 고민하는 주인공입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제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로무 오카베: 플랜 75 담당 공무원으로, 처음에는 업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지만, 삼촌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서 도덕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마리아: 필리핀 출신의 이민자로, 플랜 75 프로그램을 통해 사망한 노인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시신을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일하지만, 프로그램의 본질을 알게 되면서 고민하게 됩니다.

마무리

PLAN 75는 초고령화 사회가 가져올 현실적 문제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생명의 존엄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더욱 무겁고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일본의 초고령화 문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역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 복지와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영화에서처럼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단절 속에서 존엄한 죽음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PLAN 75는 단순히 노인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대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노인을 ‘부담’으로만 인식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할까요? 고령화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현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추천 포인트
・ 현실적인 사회 비판과 깊이 있는 주제의식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절제된 연출
 조용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

⚠ 아쉬운 점
・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로 인해 일부 관객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음
 플랜 75에 대한 대안 제시가 부족하여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모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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