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첫 주부터 퇴사?
일본 젊은이들의 ‘초단기 퇴사’ 현상과 모무리 통계
최근 SNS에서 흥미 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일본의 퇴사대행 서비스 모-무리(モームリ)가 4월 첫째 주에만 1,000건이 넘는 퇴사 문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는데요.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일본 젊은 세대의 직장관과 사회 분위기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1. 퇴사대행 서비스 모-무리란?
‘모무리’는 일본어 もう無理(이제 못 하겠어)에서 따온 이름으로, 퇴사를 원하는 사람을 대신해 회사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퇴사 절차를 진행해주는 유료 서비스입니다.
고객은 상사와 직접 마주치거나 통화할 필요 없이 퇴사할 수 있습니다.
2. 4월 1일 입사 이후, 단 일주일간 1,310건의 문의
모무리 공식 X(구 Twitter) 계정에 따르면, 2025년 4월 1일부터 7일까지 단 1주일 동안 총 1,310건의 퇴사 문의가 접수되었습니다.
→ 입사 시즌인 4월 첫째 주에만 1,000건 이상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고용 환경과 젊은 세대의 일에 대한 태도가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 문의 유형에서 드러나는 현실
퇴사 문의 중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실제로 있었다고 합니다.
“입사 첫날인데, 도저히 못 가겠습니다.”
“아무 말 없이 3일째 결근 중입니다.”
“계약만 하고 출근은 안 했는데, 퇴사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문장들은 단순히 충동적인 감정 표현이 아니라, 정신적 부담과 사회 구조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볼 수 있습니다.
4. 왜 이렇게 빠르게 퇴사를 결심할까?
(1) 회사 문화에 대한 불신
입사 첫날부터 지나치게 강한 업무 강요, 상사의 강압적인 태도 등을 경험한 경우 “이 회사는 아니다”라는 판단을 빠르게 내립니다.
(2) 출근 전 퇴사, 가능한가?
일본에서는 계약만 체결했을 뿐 실제 근무 전이라면 비교적 자유롭게 퇴사가 가능합니다. 모무리 측은 출근 전 퇴사 요청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3) 자신의 정신 건강을 우선시
무리해서 버티기보다는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5. 세대 차이와 ‘심리적 거리’의 문제?
젊은 세대는 퇴사 자체보다 ‘회사에 말하는 일’ 자체가 매우 큰 스트레스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음
중장년층은 퇴직도 사회인으로서의 ‘의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함
일부는 “직접 못 말하는 건 한심하다”라고 보지만, 실제로 정신건강 문제나 갑질, 트라우마 사례가 있는 사람에게는 생존의 수단이 되기도 함
일본 SNS에서 본 ‘모무리’에 대한 반응 분석
긍정적인 의견
20대 전반
퇴사 의사 전달이 너무 어려웠는데 대신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반응. 상사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는 의견도 많음.
20~30대 여성
직장 내 괴롭힘, 불안증세 등으로 출근이 힘들었고, 덕분에 회복할 수 있었다는 후일담 형태의 글 다수.
전반적 공감
꼭 써보진 않았지만,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분위기. 특히 '도망'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음.
→ 요약: 젊은 층, 특히 정신적 피로를 겪은 사람들에게는 ‘구원’처럼 느껴지는 서비스로 평가. '용기 없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선택'이라는 서사도 많음.
부정적인 의견
30대 후반~40대 이상
성인이라면 자기 입으로 말하고 나가야 한다는 의견.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시선도 존재.
직장 관리자
퇴사 대행을 통해 무단결근처럼 퇴사 통보가 오는 경우, 업무 공백과 인수인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 다수.
중립적 시선
꼭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너무 남용되거나 습관처럼 되면 문제라고 보는 의견도 일부 있음.
→ 요약: 사회적 책임과 성숙함이라는 가치에서 접근할 경우 부정적. 특히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정서도 여전히 강하게 존재.
모무리 이용 요금
기본요금: 약 26,800엔 (한화 약 24~25만 원)
LINE 또는 전화 한 통으로 출근 없이도 퇴사 가능
20~30대 이용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특히 입사 직후 이용률 급증
중간 관리직 이상의 위치에 있다면 아실 겁니다.
예고 없는 퇴사, 인수인계 없는 이탈이 조직에 어떤 혼란을 주는지,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우는 건 결국 남아 있는 동료들이라는 점을요.
개인적인 생각 – ‘모무리’를 바라보며
제가 일본에서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경험한 바로는 퇴직대행 서비스를 통해 그만둔 사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메일통보로 그만두거나, 마무리 없이 떠난 젊은 세대의 사례는 적지 않게 봐왔습니다.
내가 꼰대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한 퇴사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 선택이 타인에게 남기는 무게 역시 결코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퇴사대행이라는 새로운 흐름은, 지금의 일본 사회와 젊은 세대의 고민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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